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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혁의 ESG와 DX 세상] 디지털 만리장성,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최봉혁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12/06 [01:21]

[최봉혁의 ESG와 DX 세상] 디지털 만리장성,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최봉혁칼럼니스트 | 입력 : 2025/12/06 [01:21]

▲ [최봉혁의 ESG와 DX 세상] 디지털 만리장성,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 ㅣ최봉혁 칼럼니스트ㅣ지속가능과학회 상임부회장 ㅣ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도래했다. 기차표 예매부터 금융 거래, 배달 주문, 심지어 정부 민원 서류 발급까지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해결된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전환(DX)'이라 부르며 혁신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이 편리함의 이면에 거대한 '디지털 만리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 장애인과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마주한 현실이다.

 

오는 2026년 1월 28일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모든 사업장(기존 설치 기기 포함)으로 확대 적용되는, 일종의 '디지털 데드라인'이다.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인 2025년 12월 현재, 우리 사회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가? 냉정하게 말해 '낙제점'이다.

 

◇ 경고는 이미 오래전에 있었다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1대 국회 당시 최혜영 전 의원은 공공·교육·의료기관의 모바일 앱 대다수가 장애인 정보접근성 인증을 받지 못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 및 산하 공공기관의 대민 서비스 앱조차 접근성 지침을 준수한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코레일톡'이나 'SRT' 같은 국민 필수 이동 수단 앱조차 인증을 받지 않았던 그 시절의 지적은,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참혹한 수치로 드러났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을 위한 모든 편의 기능을 완벽히 제공하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는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무려 98.6%의 기기가 장애인에게는 '먹통'이거나 '반쪽짜리'라는 의미다. 휠체어 사용자의 78.5%, 시각장애인의 77.1%가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앱(App) 환경 역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웹 접근성 평균 점수가 60점대에 머무는 등, 장애인들에게 사이버 세상은 여전히 '출입 금지 구역'과 다름없다.

 

◇ '무늬만 DX'는 ESG 경영의 실패다

 

필자는 ESG 경영 전문가로서 기업과 공공기관에 묻고 싶다. 당신들이 외치는 ESG의 'S(Social, 사회)'는 도대체 누구를 향해 있는가? 화려한 사옥을 짓고 탄소 중립을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사의 서비스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심각한 사회적 리스크(Social Risk)임을 인지해야 한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DX)은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인간 중심의 철학'에서 시작된다. 시각장애인이 음성 안내 없이 터치스크린만 더듬거려야 하고, 휠체어 장애인이 손이 닿지 않는 키오스크 앞에서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회는 스마트(Smart)한 사회가 아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50㎡ 미만의 소규모 시설에는 키오스크 대신 '호출벨'이나 '직원 도움'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현실적 타협일 수 있으나, 자칫 기술적 접근성 개선을 포기하게 만드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30년 전 경사로가 그랬듯, 디지털 경사로를 깔아야 한다

 

과거 건물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비용 낭비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경사로는 휠체어뿐만 아니라 유모차, 캐리어, 무릎이 아픈 어르신 모두가 이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상징이 됐다.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앱의 텍스트를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호환성을 높이고, 동영상에 자막을 달고, 복잡한 메뉴를 직관적으로 바꾸는 일은 장애인만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 이는 노안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그리고 언젠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디지털 경사로'를 까는 일이다.

 

정부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더 이상 '현황 파악 중'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2026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부터 즉각적인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접근성 미준수 앱에 대해서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앱 개발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당사자가 테스트에 참여하는 '사용자 중심 검증(User Test)'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단 1.4%의 문만 열려 있는 디지털 감옥을 방치한 채, 우리는 선진국을 자처할 수 없다. 다가오는 2026년, 부디 모든 시민이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최봉혁 칼럼니스트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지속가능과학회 상임부회장, 더이에스지 뉴스 발행인)

 

[참고 자료 및 출처 팩트체크]

과거 데이터 (최혜영 전 의원실 자료)21대 국회 당시 최혜영 의원실이 국토부, 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인용. (공공 앱 접근성 인증률 5% 미만, 코레일톡 미인증 등 2023년 기준 데이터 활용하여 문제의 만성적 성격 강조).

 

최신 통계 (2025년 기준)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2025.8.8 보건복지부 발표): 키오스크 기능적 접근성 100% 준수율 1.4%, 시각장애인 77.1% 이용 어려움 호소 등 최신 수치 반영.

 

2024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NIA):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 수치 및 웹 접근성 평균 점수 추이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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