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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칼럼] 초고령사회가 바꾼 ESG경영의 기준

최봉혁 | 기사입력 2026/03/28 [19:56]

[ESG경영칼럼] 초고령사회가 바꾼 ESG경영의 기준

최봉혁 | 입력 : 2026/03/28 [19:56]

▲ [ESG경영칼럼] 초고령사회가 바꾼 ESG경영의 기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SG경영칼럼]

글 ㅣ 한준택 ㅣ 한국노인문화복지협회 이사장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ESG경영은 복지와 만나야 살아남는다

복지를 비용으로 보는 기업은 늦다
복지를 산업과 기술과 고용의 인프라로 읽는 기업이 먼저 미래를 가져간다

한국에서 ESG경영은 더 이상 이미지 전략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지금 ESG경영은 기업이 사회복지제도와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는 현실 과제가 됐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인바이런멘털 소셜 거버넌스의 약자다.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를 함께 보는 경영 기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이 가운데 Social 소셜이 가장 빠르게 기업의 생존 문제로 들어오고 있다.
고령화와 치매, 장애인 고용과 돌봄, 기초생활보장과 취약계층 지원은 더 이상 복지행정의 주변 이슈가 아니다.
인재 유지와 생산성, 사회공헌과 지속가능경영, 디지털헬스케어와 원격모니터링, 공시와 투자 판단까지 동시에 흔드는 핵심 변수다.

숫자는 이미 방향을 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퍼센트를 차지한다.
초고령사회는 영어로 Super Aged Society 수퍼 에이지드 소사이어티라고 한다.
이 말은 단순히 노인 인구가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연령 구조가 달라지고 가족돌봄의 부담이 커지며 의료와 사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더블유에이치오는 2030년이면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되고 205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21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 거대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가장 먼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는 것은 치매와 돌봄의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치매환자는 97만759명으로 추계되며 유병률은 9.17퍼센트다.
가족의 부담은 더 무겁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환자 가족의 45.8퍼센트가 돌봄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고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1733.9만 원, 시설과 병원은 3138.2만 원으로 조사됐다.
Caregiver Burden 케어기버 버든이라는 말은 이제 연구실 용어가 아니라 직장인의 현실이 됐다.
직원이 부모의 치매와 장기돌봄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일까지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면 결근과 이직, 번아웃은 결국 기업의 손익계산서로 돌아온다.
돌봄휴가와 유연근무, 복지정보 연계가 복지정책이면서 동시에 인재전략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애인 고용 또한 더 이상 상징적 사회공헌의 영역에 머물 수 없다.
2024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만1356명으로 전체 인구의 5.1퍼센트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등록장애인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이 55.3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장애와 고령화가 겹치는 사회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Diversity and Inclusion 다이버시티 앤드 인클루전, 즉 다양성과 포용은 이제 인사부서의 선언문이 아니라 실제 채용과 직무설계, 조직문화의 설계 원리가 되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100퍼센트 출자해 만든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희망별숲은 이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만들며 신규 직무까지 확장한 이 모델은 장애인 고용이 보여주기용 숫자가 아니라 생산현장과 직무체계 속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SG경영의 사회영역은 결국 좋은 말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빈곤과 취약계층 문제 역시 ESG경영의 바깥에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67만3485명이고 수급률은 5.2퍼센트다.
생계급여 수급자는 169만3703명, 의료급여는 148만193명, 주거급여는 249만9650명, 교육급여는 30만4300명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 수급자 통계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Social Safety Net 소셜 세이프티 넷, 즉 사회안전망은 정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기업이 이를 단순 기부와 행사 중심 후원으로만 접근하면 효과는 일회성에 그친다.
반대로 주거와 교육, 일자리와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하면 사회공헌은 지속가능경영으로 전환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수 자활기업 사례들은 취약계층 고용과 지역사회 환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ESG의 현실적 경로를 보여준다.

이쯤에서 기업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복지와 ESG를 연결하는 것이 정말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글로벌 공개자료는 오히려 반대로 묻고 있다.
왜 아직 투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맥킨지 헬스 인스티튜트 McKinsey Health Institute는 건강한 노화 Healthy Aging 헬시 에이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사회적으로 3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 World Economic Forum은 돌봄경제 Care Economy 케어 이코노미에 국내총생산의 2퍼센트를 투자하면 전체 고용이 2.4퍼센트에서 6.1퍼센트까지 늘고 약 2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복지는 비용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복지는 지출이면서 동시에 인재유지와 생산성 향상, 의료비 절감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장기 투자다.

최신 연구논문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2025년 공중보건 연례리뷰는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Aging in Place를 가능하게 하려면 재택 기반 의료와 사회서비스, 가족돌봄 지원, 환자와 가족과 의료진을 연결하는 기술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스코핑 리뷰는 치매 돌봄과 낙상 감지, 앰비언트 어시스티드 리빙 Ambient Assisted Living 기술이 고령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주거 안전, 인지 상태와 심리사회적 상태를 개선하고 간병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정리했다.
물론 전제는 있다.
프라이버시와 데이터보호, 사용성, 정확도, 배터리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은 복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확장하는 수단이 될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도 달라지고 있다.
아마존 Amazon은 알렉사 이머전시 어시스트 Alexa Emergency Assist를 통해 24시간 긴급응답, 화재경보기 알림, 긴급연락망 기능을 제공하며 가정 내 응급대응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애플 Apple은 애플 워치 Apple Watch의 바이털스 앱 Vitals app과 수면무호흡 알림 기능으로 웨어러블 건강신호 감지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베스트 바이 헬스 Best Buy Health는 리모트 페이션트 모니터링 Remote Patient Monitoring 플랫폼을 통해 환자 상태와 영상통화, 설문과 알람을 통합하는 재택의료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필립스 Philips는 스마트케어 smartQare와의 협업을 통해 병원 안과 밖을 잇는 연속 모니터링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승부는 기기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응급대응 연결, 재택돌봄 연계 역량에서 난다.
디지털헬스케어와 스마트홈, AI 스피커와 웨어러블은 복지의 주변 장치가 아니라 미래 돌봄 인프라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움직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KT는 AI Care 에이아이 케어 서비스를 통해 독거노인의 응급상황 음성 호출과 복약 알람, 인지지원, 말벗 대화, 사물인터넷 연동 안전관리 기능을 확대해 왔다.
로이터 Reuters는 아시아 각국이 스마트홈과 센서, AI 스피커로 고령자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의 스마트 스피커가 다수의 독거노인에게 활용되고 실제 응급도움 사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흐름에는 경고도 함께 붙는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오남용, 감시의 일상화라는 우려다.
앞으로의 기술경쟁은 누가 더 많은 장비를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높은 신뢰를 설계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ESG경영의 수준은 기술 도입 속도보다 기술 윤리의 수준에서 판가름날 수 있다.

정책 환경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은 초고령사회로 생애말기 돌봄과 요양, 장례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공급 구조로는 안정적 대응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역사회보장지표를 고도화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ESG 공시는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는 서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케이피아이 KPI, 즉 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필요하다.
장애인 고용률과 고용유지율, 돌봄휴가 활용률, 고령자 지원가구 수, 원격모니터링 연계 건수, 자활과 사회서비스 연계 일자리 수처럼 실제로 측정 가능한 지표가 있어야 시장은 그 기업의 ESG를 신뢰한다.
결국 사회복지제도와 연결된 ESG는 감성의 언어가 아니라 데이터의 언어로 증명돼야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ESG경영의 본질은 복지를 후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복지를 설계하는 기업이 앞서간다.
치매와 장애, 돌봄과 빈곤, 취약계층과 고독사 예방, 통합돌봄과 디지털헬스케어를 하나의 경영 언어로 묶어낼 수 있는 기업만이 지속가능경영의 실체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이 변화를 읽지 못하면 복지는 비용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를 읽는 기업에게 복지는 새로운 시장이 되고 새로운 기술이 되며 새로운 고용 전략이 된다.
초고령사회에서 ESG는 결국 복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얼마나 정교하게 실행하느냐의 경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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