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식개선칼럼
발달장애인 예술, '소수'의 지원에서 '모두'의 기회로
글 ㅣ최봉혁 칼럼니스트ㅣ장애인인식개선신문 우리 사회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인 청년 예술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작품은 가족과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알려질 뿐,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고 직업으로 연결될 기회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예술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그 혜택이 서울 등 수도권의 특정 단체에 집중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소수에게 집중되는 지원을 넘어, 전국의 모든 발달장애인 청년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그 해법으로 '전국 단위 쿼터제'와 '투트랙(Two-Track) 지원 시스템'을 제안한다.
전국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한 기회균등 실현
첫째,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활용해 '문화예술 직무' 재택근무 쿼터제를 운영해야 한다. 각 지역 센터가 주관하는 미술 공모전을 통해 지역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수상자에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연계된 재택근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 활동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속가능한 직업이 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는 보편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때 더 높은 집중력과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은 ESG 경영의 사회적 책임(Social)을 실천하고, 발달장애인 예술가는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특정 단체를 거치지 않고 전국의 청년들에게 직접적이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원금 제도 개편과 해외 사례의 교훈
둘째, 현재의 지원금 제도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일부 단체에 편중된 정부 지원금에 상한선을 두는 '캡(Cap) 제도'를 도입하고, 한도를 초과하는 운영비는 자체적인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예산은 전국의 발달장애인 청년들을 위한 보편적 지원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독일의 '예술가 사회보험(Künstlersozialkasse)'은 프리랜서 예술가들에게 건강보험과 연금보험료의 50%를 지원하며 광범위한 창작 안전망을 제공한다. 이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보편적 예술가를 지원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반면, 영국의 '언리미티드(Unlimited)' 프로그램은 장애예술인에게 파격적인 규모의 창작 지원금을 제공하고, 완성된 작품을 세계적인 무대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예술가를 ‘엘리트’로 육성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사례다.
엘리트 육성과 보편적 복지의 '투트랙' 전략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 지원'과 '엘리트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전국의 발달장애인 청년 누구나 예술 활동의 기회를 보장받는 넓고 두터운 저변을 만들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한 쿼터제와 공평한 예산 분배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동시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며 예술가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은 인재에게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추가 예산을 편성해 해외 연수나 국제 아트페어 참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적 재능은 더 이상 개인의 취미나 치료의 수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정한 기회와 합리적인 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그들의 재능은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문화자산이 될 것이다. '소수'를 위한 시혜적 지원을 넘어 '모두'를 위한 기회의 시장을 여는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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