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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칼럼]'극복' 서사에서 '창의적 자원'으로: 장애예술, ESG 'S'의 핵심 전략이 되다

최봉혁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11/15 [22:49]
'장애인문화예술 동아시아 포럼'
장문원10주년행사

[ESG경영칼럼]'극복' 서사에서 '창의적 자원'으로: 장애예술, ESG 'S'의 핵심 전략이 되다

'장애인문화예술 동아시아 포럼'
장문원10주년행사

최봉혁칼럼니스트 | 입력 : 2025/11/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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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10주년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극복' 서사에서 '창의적 자원'으로: 장애예술, ESG 'S'의 핵심 전략이 되다

 

글 ㅣ 최봉혁 칼럼니스트 ㅣ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 ㅣ 최근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장애인문화예술 동아시아 포럼'은 단순한 국제 교류 행사를 넘어,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선언의 장이 됐다. '함께 가는 미래, 동아시아 예술의 포용적 실천'이라는 주제 아래 모인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복지'의 프레임을 넘어선 '권리'로서의 예술을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인 'S(Social)'가 있다. 특히 기업의 포용성(Inclusion)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이 포럼의 담론들은 우리 기업들에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조연설에 나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 김미연 위원장의 발언은 이 포럼의 핵심 가치를 관통했다. 그는 "장애는 예술이다(Disability is art)"라고 선언하며, "장애는 예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지평을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장애를 '결핍'이나 '극복 대상'으로 보던 기존의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 에서 벗어나, 장애 자체를 하나의 정체성이자 새로운 미학의 원천으로 보는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CSR)이 장애인을 '돕는다'는 시혜적 관점에 머물렀다면, 이제 ESG 경영의 'S'는 장애예술을 기업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전략의 핵심 파트너이자, 지속가능한 사회를 함께 만드는 '이해관계자'로 격상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 혹은 예술'의 낡은 질문을 넘어서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복지 혹은 예술?'이라는 낡은 이분법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일본의 오츠카 치에(도쿄예술위원회) 매니저는 일본 장애예술 정책의 핵심을 '복지'와 '문화'라는 두 영역의 협력으로 설명했다. 2018년 '장애인에 의한 문화예술활동 추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 장애예술은 후생노동성(복지)의 영역을 넘어 문부과학성(문화)의 핵심 정책 분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장애예술이 더 이상 재활이나 치료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 '목적'이 됐음을 의미한다.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것과 , 높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 창작을 지원하는 것 이 동시에 추진된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은 ESG 경영의 'S'를 실천하려는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장애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비용'이나 '자선'이 아니라,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홍콩아트페스티벌 '노리미츠(No Limits)'의 에디 지 디렉터는 이러한 관점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는 장애를 '제한'이 아닌 '창의적 자원(Creative Resource)'으로 재정의했다. '노리미츠'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초청하는 것을 넘어, 장애예술가와 비장애예술가가 함께 창작하는 '공동 제작'을 적극 추진한다. 이는 홍콩 포용 예술계의 'DNA'를 바꾸는 작업으로, '분리'가 아닌 '완전한 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미학을 창조하려는 시도다.

 

'우생학적 관점'에 저항하는 아방가르드 예술

이번 포럼에서 가장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 이는 일본 '표현예술단체 타이헨(TAIHEN)'의 만리 김 예술감독이다. 그는 "타이헨은 42년간 우생학적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저항해왔다"고 밝혔다.

 

'살아갈 가치가 없는 생명'이 존재한다는 우생학적 관점을 거부하는 타이헨의 예술은, 장애를 미화하거나 '극복'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를 가진 신체 그 자체의 표현을 통해 '정상성의 환상' 과 기존의 미적 기준을 깨부수는 아방가르드(전위) 예술을 추구한다.

 

만리 김 감독은 '장애예술'이라는 범주 자체를 거부하며 ,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예술 혁명이 불가능하며 중심으로 침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객이 "장애인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인류의 가장 최전선의 창조를 목격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은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장애예술은 '부족함'의 예술이 아니라, '다름'을 통해 인간 조건의 본질을 탐구하는 가장 '첨예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ART:DIS'의 안젤라 탄 상임대표가 발표한 '체계적인 4단계 예술가 성장 경로'(기초-훈련-신진-전문예술가)  역시 이러한 전문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장애예술을 취미나 재활이 아닌, 한 명의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구축하려는 선진적 사례다.

 

결론적으로, '장애인문화예술 동아시아 포럼'은 ESG의 'S'가 나아가야 할 '성숙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것은 더 이상 장애인을 '수혜자'로 대상화하는 자선 활동이 아니다. 그들을 '창의적 자원'이자 '전문가'로 인정하고, 그들의 활동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극복'의 서사를 소비하는 관람자에서 벗어나, '창의성'에 투자하는 진정한 '이해관계자'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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