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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기엔 늦었다고요?…망가진 간도 돌아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방은숙 | 기사입력 2026/04/05 [09:47]

술 끊기엔 늦었다고요?…망가진 간도 돌아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방은숙 | 입력 : 2026/04/05 [09:47]

 

▲ 술 끊기엔 늦었다고요?…망가진 간도 돌아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방은숙 기자) 술 때문에 간이 많이 망가졌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환자와 가족은 대개 같은 질문을 한다. “이제 와서 끊어도 소용이 있을까.”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에 예상보다 분명한 답을 내놨다. 이미 간부전 증상까지 나타난 중증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라도 술을 완전히 끊으면, 3명 중 1명꼴로 간 기능이 다시 회복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Hepatology에 실린 이번 연구는 알코올 관련 비보상성 간경변 환자 633명을 추적해 금주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환자의 31.1%는 금주 후 간 기능이 회복되는 ‘간 재보상’ 상태에 도달했다. 추적관찰 중앙값은 36.3개월이었다. 1년 시점의 누적 재보상률은 12.3%, 5년 시점에는 33.8%까지 올라갔다. 단순히 “술을 끊으면 좋아질 수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예후다. 연구 기간 동안 전체 환자 중 123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간 관련 원인이었다. 그러나 간 재보상에 성공한 뒤 금주를 유지한 환자들에서는 간 관련 사망이 보고되지 않았고, 간세포암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크게 낮아졌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간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통념에 균열을 낸 셈이다.

 

이번 결과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알코올성 간질환이 대개 너무 늦게 발견된다는 점 때문이다. 연구에 소개된 전문가들은 많은 환자가 간이 상당히 나빠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증상이 나타날 무렵까지 간경변이나 알코올 관련 간질환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피로 정도로 지나가다, 복수나 출혈, 의식 변화 같은 심각한 신호가 나타난 뒤에야 상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연구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술은 여전히 인간관계와 회식, 스트레스 해소의 언어처럼 소비되곤 한다. 그래서 금주 권고는 쉽게 “조심하세요” 정도의 훈계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금주를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확률의 문제로 다시 보게 만든다. 특히 이미 간 기능 저하가 시작된 환자에게 “이제 늦었다”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연구진은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도 제시했다. 비보상성 간경변 진단 후 첫 1개월 안에 술을 완전히 끊은 환자일수록 간 재보상 가능성이 높았다. 합병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 일부 염증 수치가 높아 아직 재생 가능한 간 조직이 남아 있는 환자도 회복 가능성이 더 컸다. 결국 핵심은 명확하다. 빨리 끊을수록, 완전히 끊을수록 기회가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희망만 말할 수는 없다. 환자 3명 중 2명은 간 재보상에 이르지 못했고, 연구 역시 후향적 분석이라 한계가 있다. 음주 여부도 일정 부분은 환자 진술에 의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치료 현장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간이식만이 유일한 답처럼 여겨졌던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금주와 치료를 통해 이식 없이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연구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하다. 술로 간이 망가진 뒤에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전제는 분명하다. ‘조금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끊는 것’이어야 한다. 환자 혼자 의지로 버티게 할 것이 아니라, 중독 치료와 상담, 가족 지원, 장기 추적을 함께 묶는 의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간은 여전히 마지막 회복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참고한 자료는 Journal of Hepatology 게재 논문 “Incidence and implications of abstinence-induced recompensation in alcohol-related cirrhosis”(https://pubmed.ncbi.nlm.nih.gov/41580090/, DOI: https://doi.org/10.1016/j.jhep.2026.01.007), 그리고 JAMA의 관련 보도 기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847405), 빈 의과대학 보도자료(https://www.meduniwien.ac.at/web/en/about-us/news/2026/news-in-march-2026/alcohol-abstinence-enables-regeneration-even-in-advanced-liver-cirrhosi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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