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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전남, 소아 야간·휴일 진료 '전 권역 시대' 열다 — 그러나 22개 시군 중 15곳엔 여전히 소아과가 없다

최봉혁 | 기사입력 2026/05/02 [23:20]
"밤에 아이가 아프면 1시간을 달려야 했다" 
전남도, 서부·동부·중부 3대 권역 야간진료망 완성

[심층기사] 전남, 소아 야간·휴일 진료 '전 권역 시대' 열다 — 그러나 22개 시군 중 15곳엔 여전히 소아과가 없다

"밤에 아이가 아프면 1시간을 달려야 했다" 
전남도, 서부·동부·중부 3대 권역 야간진료망 완성

최봉혁 | 입력 : 2026/05/02 [23:20]

▲ 전남도 소아 야간진료체계 구축 홍보물출처-전남도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ㅣ 최봉혁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무엇이 달라졌나 — 권역별 진료 인프라 일제히 확충

전라남도가 2026년 4월을 기점으로 소아 야간·휴일 진료체계를 도내 전 권역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서부권(목포·무안·신안 등)과 중부권(나주·화순·담양 등)에는 야간에 소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사실상 전무해, 부모들이 한밤중에 광주나 순천까지 원정 진료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번 조치로 서부·동부·중부 3대 권역 모두에서 야간 소아 진료가 가능한 기반이 처음으로 갖춰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부권에서는 목포미즈아이병원이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신규 지정돼 4월 16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월·목요일 오후 6시~11시 야간진료를 시행하고, 토요일·공휴일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야간 처방전 수령의 편의를 위해 협력 약국(아이팜약국)과의 연계 체계도 구축됐다.

동부권은 기존 순천 2개소, 광양 1개소에서 여수 참조은연합의원과 참조은소아청소년과의원이 추가돼 총 5개소로 확대됐다. 여수 지역 부모들이 순천·광양까지 이동해야 했던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중부권에서는 나주 혁신도시의 엔에이치(NH)미래아동병원이 보건복지부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육성사업'에 전남 유일하게 선정됐다. 전국 14개 의료기관이 선정된 이 공모사업을 통해 연간 1억 2천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으며, 월·수요일 오후 6~9시, 화·목·금요일 오후 6~8시, 토요일 오후 2~6시, 일요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탄력적 야간·휴일 진료를 운영한다.


◈   왜 이것이 중요한가 — 전남의 소아의료 현실

전남의 소아의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중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15곳(68.1%)에 달한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담양·함평·영광·장성·해남·강진·고흥·곡성·구례·보성·신안·영암·완도·장흥·진도 등 모두 군 단위 농산어촌 지역이다.

전남의 소아청소년과 의원 1곳당 담당 인구는 7만 1,79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8개 진료과 전문의 수도 0.29명에 불과해 서울(3.02명)의 9.6% 수준에 그친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2018년 2,221개소에서 2025년 2,187개소로 34곳이 감소한 반면, 전체 의원은 같은 기간 5,488개소(17.7%)나 늘어 소아과의 구조적 위기가 뚜렷하다.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는 부모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공포로 작용해왔다. 인구 2만 6,800명의 곡성군에는 1,800여 명의 어린이가 살지만 소아과병원이 없어, 아이가 아프면 60km 이상 떨어진 광주나 순천까지 차를 몰아야 했다. 한 주부는 "일곱 살 된 아들이 병치레가 잦은데 1시간이 넘게 차를 몰고 가야만 광주 큰 병원에 갈 수 있다. 아이가 열이 조금만 올라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


◈  전남도의 복합 투자 — 총 171억 원 규모 응급·소아의료 예산

전남도는 이번 권역별 야간진료 확대를 포함해, 지역 전반의 응급·소아 진료 환경 개선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해왔다. 주요 사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취약지 응급의료기관 의료장비 지원에 22개소 60억 원, 응급의료기관 운영비 지원에 45개소 58억 원, 닥터헬기 운용에 44억 원, 달빛어린이병원 7개소 운영에 4억 원, 취약지 간호인력 파견 7명에 4억 원, 취약지 소아야간진료기관 육성사업 1개소에 1억 원 등 총 171억 원 규모다.

특히 닥터헬기는 도서·벽지가 많은 전남의 지리적 특성상 '골든타임'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남도는 목포한국병원을 거점으로 닥터헬기를 운용하며, 도서 지역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 한계와 가능성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과 주말·공휴일에 만 18세 이하 소아 경증환자에게 응급실 대신 외래 진료를 제공하는 제도로, 현재 전국 약 116개소가 운영 중이다.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운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목포시의 경우에도 "소아청소년 전문의 부족, 야간 근무 인력 확보 난항, 운영비 부담"이 실제 개원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걸림돌이 됐다. 달빛어린이병원 1개소당 연간 지원액은 약 5,700만 원 수준으로, 야간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전남 7개소에 대한 총 지원액이 4억 원에 그치고 있어,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의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  남은 과제 — 구조적 해법 없이는 '밑 빠진 독'

이번 조치가 전남 소아의료의 '빈 칸'을 일부 메운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유입 문제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는 2018년 816명에서 2022년 395명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낮은 수익성, 높은 의료분쟁 리스크, 야간·응급 근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농어촌 지역의 소청과 전공의 유입률은 사실상 0%에 가깝다.

둘째, 인구 구조의 역설이다. 전남은 2024년 합계출산율 1.03명으로 전국 평균(0.75명)을 크게 웃도는 '출산율 전국 1위' 지역이다. 아이를 많이 낳지만 정작 아이를 진료할 의료 인프라가 가장 부족한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22개 시·군 중 20곳이 소멸위험지역, 11곳이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소아의료 인프라의 공백은 젊은 부모 세대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셋째, 지역모자의료센터(NICU) 확충이다. 전남도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추가 설치를 계획하고 있으나,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의 안전한 분만·치료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장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  전문가 시선 — "출산 장려만으로는 안 된다"

이개호 국회의원은 "지금 농어촌 지역은 출산을 장려해도 아이를 진료할 곳이 없는 소아의료 사각지대"라며 "소아청소년과의 특수성을 반영한 인력·시설·행정지원이 절실하고, 지방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의료체계의 강화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촉구했다.

정광선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순간이 밤에 아플 때"라며 "앞으로도 도민이 체감할 소아 진료 환경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맺음말

전남도가 서부·동부·중부 3대 권역에 걸쳐 소아 야간진료망을 완성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22개 시·군 중 15곳에 소아과가 아예 없는 현실, 전공의 유입률 0%에 가까운 구조적 위기, 달빛어린이병원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등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출산율 전국 1위'라는 타이틀이 빛을 발하려면,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안심하고 기를 수 있는 의료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확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인센티브 강화, 농어촌 의료인력 정주 여건 개선 등 범정부적 대책이 동시에 가동돼야 전남의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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