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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장애인이 춤췄다는 이유로 박수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최봉혁 | 기사입력 2026/08/25 [20:56]

[ESG 칼럼] 장애인이 춤췄다는 이유로 박수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최봉혁 | 입력 : 2026/08/25 [20:56]

▲ 누적 참여 2,400명과 함께한 KIADA2026 성료, 국내외 예술가와 관객이 만든 포용의 무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SG · 장애예술 · 포용경영

장애인이 춤췄다는 이유로
박수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KIADA2026, ‘동정의 무대’에서 ‘창작의 무대’로 전환할 때 기업 ESG도 달라진다

최봉혁 ESG 칼럼니스트

장애예술의 ESG 전환은 ‘장애인이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작품의 미학과 창작성, 예술가의 전문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을 동등하게 평가하는 데서 시작한다.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문제가 남아 있다. 장애인이 무대에 등장하면 작품의 완성도보다 먼저 ‘장애를 극복했다’, ‘저 몸으로 저렇게까지 했다’, ‘도전 자체가 감동적이다’라는 평가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관객은 선의로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박수의 출발점이 작품이 아니라 장애 자체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포용처럼 보이지만, 예술가를 여전히 보호와 격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형태의 편견이 될 수 있다.

장애는 작품 설명이 될 수 있지만 작품의 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춤을 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작품의 미학, 안무의 완성도, 무용수의 표현력과 창작성을 충분히 보지 않은 채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고 평가한다면 장애예술인을 전문예술가가 아니라 사회적 배려의 대상으로 한정하게 된다.

무대에서 가장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움직임·리듬·공간·서사·긴장·호흡이라는 예술언어다.

“장애인이 저렇게 춤을 잘 춘다”가 아니라
“이 작품은 어떤 창작언어를 만들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관객이 ‘장애인이 저렇게 춤을 잘 춘다’고 평가하는 순간 장애인은 여전히 예외적인 존재가 된다. 반대로 ‘움직임의 구성은 어떠했는가’, ‘안무는 어떤 언어를 만들었는가’, ‘동시대 무용에 어떤 질문을 던졌는가’를 묻기 시작할 때 장애예술인은 비로소 동등한 예술가로 자리 잡는다.

진정한 장애인식개선은 ‘예술가로 보는 것’이다

장애인 인식개선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을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더 높은 수준의 인식개선은 장애인을 사회의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생산자이자 창작자, 노동자이자 의사결정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30조 역시 장애인의 문화생활 참여를 단순한 관람의 권리로 한정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자신의 창조적·예술적·지적 잠재력을 개발하고 활용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강조한다.

핵심 전환
장애예술은 복지 프로그램의 하위 분야가 아니다. 문화권이며 창작권이고, 동시에 직업·소득·고용·문화산업의 문제다.

KIADA2026이 보여준 숫자, 이제 ‘성과의 질’을 측정해야 한다

KIADA2026은 국내외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예술인, 관객과 관계자가 함께 참여한 국제예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행사 종료 집계 기준 누적 참여 규모는 약 2,400명이며, 국내외 참여 예술인과 관계자는 230명, 본공연 관객은 약 1,400명, 국제교류·레지던시·워크숍·학술프로그램 등 부대행사 참여 규모는 1,000명 이상으로 제시됐다.

2,400
누적 참여 규모
230
예술인·관계자
10개국
국제 참여
18작품
공식 작품 규모

그러나 ESG 관점에서는 ‘몇 명이 왔는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몇 명의 예술인이 정당한 보상을 받았는지, 몇 작품이 후속 공연과 해외 진출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관객의 장애예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기업은 ‘후원자’가 아니라 창작 생태계의 이해관계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장애예술 지원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사회공헌 방식이 일회성 후원이나 행사 협찬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창작·제작·고용·공연·유통·국제교류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ESG가 바꾸어야 할 4가지

① 창작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공연 당일의 협찬을 넘어 작품개발비, 연습공간, 창작비, 출연료, 접근성 비용과 국제교류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② 장애예술인을 계약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한다.
정당한 창작료와 출연료를 지급하고 저작권과 2차 활용권을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③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3년·5년 단위의 레지던시, 공동제작, 국제진출 프로그램으로 확대해야 한다.

④ 사회성과를 숫자로 검증해야 한다.
후원액 자체보다 예술가의 창작기회, 소득, 고용, 작품 유통, 접근성, 인식변화와 후속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장애예술가도 기업을 평가해야 한다

ESG가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라면 기업만 장애예술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장애예술가 역시 협력기업의 포용성과 책임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가가 기업에 물어야 할 질문

“예술가로 존중받았는가?”
“정당한 보상을 받았는가?”
“장애를 감동마케팅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기업 홍보가 작품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았는가?”
“협업 이후 새로운 창작기회가 만들어졌는가?”

이를 가칭 ‘장애예술인 파트너십 만족도’라는 ESG 지표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업이 지원대상을 평가하는 일방향 구조가 아니라 기업과 장애예술인이 서로를 평가하는 쌍방향 모델이다.

장애유형이 예술의 장르가 되어서는 안 된다

KIADA의 다음 단계에서는 장애유형보다 창작언어와 예술적 방법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무용, 컨템퍼러리댄스, 융복합무용, 전통 기반 창작, 커뮤니티댄스, AI·미디어댄스 등 작품의 장르와 미학적 특성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무용’, ‘지체장애인 무용’이라는 표현만으로 작품을 분류하면 장애가 다시 예술보다 앞서게 된다.

장애는 예술가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예술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제안: 장애예술 ESG 7대 성과지표

장애예술 지원을 사회공헌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바꾸는 지표
01. 장애예술인 유급 참여 인원과 총 창작보상액
02. 신규 작품 제작 및 재공연 비율
03. 2년 이상 기업·예술단체 장기 파트너십 비율
04. 국내외 공동제작 및 해외진출 건수
05. 공연장·정보·관람서비스 접근성 충족률
06. 관객의 장애예술 인식변화율
07. 장애예술인의 기업 파트너십 만족도

KIADA의 진짜 ESG 전환은 ‘박수 이후’를 측정하는 일이다

KIADA2026의 2,400명이라는 숫자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ESG 성과를 위해서는 그 이후를 추적해야 한다.

몇 명의 장애예술인이 다음 작품 계약을 체결했는가. 몇 개 작품이 다시 공연됐는가. 해외 무대로 진출한 작품은 몇 개인가. 예술가의 창작수입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기업의 지원은 몇 년간 지속됐는가. 그리고 관객은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얼마나 변화시켰는가.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억되는 무대,
그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장애인이기도 했던 무대.”

그 순간 장애예술은 시혜의 대상에서 문화산업의 창작주체로 이동한다. 기업 ESG가 해야 할 역할도 명확하다.

기업은 장애예술에 박수만 보내서는 안 된다.
투자하고, 계약하고, 측정하고, 공개하며 지속시켜야 한다.

자료 및 참고 기준

·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KIADA2026 공식 자료

·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30조 ― 문화생활·레크리에이션·여가 및 스포츠 참여

· 산업통상자원부 K-ESG 가이드라인

· 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 413 Local Comm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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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장애예술을 시혜적 사회공헌이 아닌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와 ESG 사회성과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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