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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이복명- 삶의 뜨락 앞에서.Ⅰ-풀꽃Ⅶ - (운문, 지체, 시)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기사입력 2022/11/20 [10:32]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이복명- 삶의 뜨락 앞에서.Ⅰ-풀꽃Ⅶ - (운문, 지체, 시)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입력 : 2022/11/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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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이복명 삶의 뜨락 앞에서.Ⅰ-풀꽃Ⅶ - (운문, 지체, 시)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최봉혁기자)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이복명 삶의 뜨락 앞에서.Ⅰ-풀꽃Ⅶ - (운문, 지체, 시)

 

삶의 뜨락 앞에서.Ⅰ

-풀꽃.Ⅶ

 

이복명

                    

 

촘촘히 올라간 계단 사이

풀꽃 촘촘히 앉아 있다

낯선 아침이었다 

풀잎에 이슬이 가만가만 매달리고, 몸을 떨었다

 

두려워 마라 밀리지 마라

 

어머니, 왜 저들은 절룩거리지 않는 거지요

정말, 희망을 포기하려면 내가 먼저 죽어야 하나요

온몸 감싸고 있는 온기를 끌어당겨 묵은 텃밭으로 무너질

때까지 들풀은 숨어 꽃 피는구나 나는 햇살을 피하여 나무

밑에 앉고 스스로 다가와 웃는 풀꽃 너에게로 간다 이파리

사이로 기웃거리던 그들만이 총총히 길 떠나는 그리하여

끝내는 온기를 감쌀 때까지 들꽃은 숨어 피는구나 지상의 작은

온기로 감쌀 때까지 풀꽃처럼 돋아나서 반짝일 것이다 인적 드문

풀숲에서 세상은 이렇게 저 길 어디에 갈 곳 아득하여 한순간에

넘어지는 들꽃은 숨어 피는구나

 

두려워 마라 밀리지 마라

 

찬 이슬 물고 아득한 하늘 향하여 간밤에 떨며 지새운 풀꽃이여

불붙는 몸을 바라보며 재빠르게 몸을 눕히는 그런 날이었다

가장 묵직한 침묵 속에서 둥글게 무릎 꿇고 앉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저녁노을이 붉어지면 

어느 신의 울부짖음으로 멀리서 화물열차가 울었다

 

두려워 마라 밀리지 마라

풀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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