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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19-시-최우수상]-유재엽 - '성장기'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기사입력 2023/02/16 [18:01]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19-시-최우수상]-유재엽 - '성장기'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입력 : 2023/02/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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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19-시-최우수상]-유재엽 - '성장기'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성장기(成長記)

 

유재엽

 

물음이 많았다 낚싯바늘 같은 물음표를 입에 물고 있으면 느낌표가 되어 튀어나오곤 했다 목에 걸려 간질간질한 느낌에 아 하고 입을 벌리면 느낌표가 수없이 쏟아져 나와 펄떡펄떡 뛰어다녔다 입안에서 느낌표 몇 마리를 낚아 올리다 보면 수업 시간 마치는 종이 울리곤 했다 

 

둥근 것을 좋아하셨다 모난 데 없이 둥글고 똑 부러지는 반장 같은 마침표를 가장 아끼셨다 혀를 쏙 내민 쉼표를 발견할 때면 세상 둥글게 살아야 한다며 마침표를 본받으라 하셨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쏟아낸 물음표와 느낌표들을 보시고는 청소 시간에 깨끗이 치우라 하셨다 청소 당번인 나와 민철이는 친구들이 열심히 낚아 올린 물음표와 느낌표들을 남김없이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쏟아버렸다 교실엔 더 이상 물을 게 없었다 아이들은 아무 느낌도 없었다

 

무르다 보니 물음이 사라졌다 둥글게 살다 보니 구르기만 할 뿐이었다 목 안의 가려움증은 사라졌지만 맑아진 물속에는 어떤 것도 살아있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수업 시간에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선생님만이 입안에서 마침표를 쉴 새 없이 꺼내셨다

 

아이들은 똑같이 마침표를 따라 꺼냈다 교실 안에는 하루 종일 마침표만 둥둥 떠다녔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시간이 되었지만 아무도 환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마침표를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시간이 흐르자 호흡이 점점 편해졌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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